■ ‘에포트리스 잉글리시 시스템’ 개발한 알렌 호지

알렌 호지(Allen Hogeㆍ사진)씨는 15년 전에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시작했고 미국으로 돌아가 멕시코, 남미에서 이민 온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하루에 4시간이나 영어교재를 공부하고 단어를 50개씩 외우는 학습자들이 6개월이 지나도 정작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빠르고 쉽게 유창한 말하기를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 결과 ‘에포트리스 잉글리시 시스템(Effortless English System)’을 개발했고, 그 시스템은 현재 25개국에서 스피킹 학습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알렌 호지씨를 이메일로 만났다.

한국 학생들 열정 높지만 학습효과는 적어
출근길ㆍ점심시간 등 자투리시간 최대 활용
자신의 메시지 담아 영어로 말할정도 돼야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열심히 학습하는 데 비해 스피킹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영어 공부는 자동차 운전과 같다. 빨리 달리려면 충분한 연료와 좋은 엔진이 필요하다. 영어 학습에서 열정, 동기부여, 감정 등은 연료에 해당한다. 한국 학생들은 동기부여와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좋은 엔진만 갖추면 되는데, 그게 바로 학습 방법이다.

연료가 충분해도 엔진성능이 떨어지면 빨리 달릴 수 없는 것처럼, 한국 학생들이 하는 문법 규칙을 외우고 단어를 암기하는 방식은 스피킹 능력 향상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또한 눈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 역시 비효율적이다. 스피킹을 잘하려면 귀로 들으면서 공부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문법 규칙을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고 자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FL 환경인 한국에서 스피킹 능력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유창한 말하기를 위해서는 우선 원어민이 말하는 쉽고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매일 들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손쉽게 영어 포드카스트, 오디오 스토리, 레슨, 대화, 비디오 등 자료를 구할 수 있다. 아이포드 같은 기기를 활용하여 출근길, 점심 휴식시간, 퇴근길, 쇼핑 때 등 자투리 시간에 들으면 된다.

처음부터 스피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6개월 정도는 ‘침묵의 시기’로 정하고 듣기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6개월 후에는 스카이프를 활용하여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피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듣기가 중요하다.

-글로벌 리더의 조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어는 글로벌 리더가 되는 필수 조건이다. 영어를 잘해야 글로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취적인 비전 역시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이다. 스티브 잡스, 토니 로빈슨, 리처드 브랜슨 같은 사람들은 창의적인 비전과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글로벌 리더라 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를 공부할 때 문법과 단어만을 공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메시지를 자신감 넘치고 힘있게 열정을 담아 영어로 전달할 수 있을 때 세계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 학생들은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세계에서 가장 잘되어 있다. 방법을 바꾸면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스피킹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문법책과 단어 리스트 대신 쉽고 이해하기 쉬운 영어 오디오를 듣기 시작해야 한다. 하루 1시간 이상 꾸준히 반복해서 듣다 보면 6개월에서 1년 후에는 입에서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고 유창해지는 마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언어의 기능상 듣기는 입력이고 말하기는 출력ㆍ생산에 해당한다. 언어란 들은 만큼 말할 수 있으므로 질 좋은 영어를 많이 들어야 할 말도 그만큼 축적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유명인사의 인터뷰, 토크쇼, 명연설 등을 많이 듣고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세계 수준에 부럽지 않은 스피킹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호기자